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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중립성손 가는 대로/그냥 2025. 12. 7. 11:30728x90
법의 중립성
이론적으로는 법은 중립적이어야 합니다. 법치(法治)의 기본이죠.
권력자와 친한 사람이라고 해서 예외를 두는 인치(人治)는 물론 약자라고 해서 불쌍히 여기는 덕치(德治)는 법치의 근본을 흔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의 삶은 수학이 아닙니다. 수학처럼 객관적인 중간값을 낼 수가 없습니다.
중용을 지키고, 중립성이나 객관성을 유지하는 것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그 기준 자체도 사람마다 다릅니다.
그럼 어떻게 좀더 중립성에 가까울 수 있을까요?
형사 사건에서 보면, 일반적으로 범죄자가 더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습니다. 치밀한 준비를 세우고, 범행 도구를 준비하고 폐기하는 것도 범죄자와 그를 돕는 공범들의 짓이기 때문입니다.
시작부터 정보의 비대칭성이 존재합니다. 양쪽의 권리를 대등하게 유지하겠다는 중립은 이미 중립이 아니라 범죄자에게 유리하게 되어 있죠. 이런 상황에서 명백한 증거를 증거 취득 과정에서 범죄자의 동의가 없었고, 합법적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는 것은 중립적인 판결이 아닌 치우친 판결입니다.
물론 우리는 정치 범죄나 무고 범죄를 구분해 내야 합니다. 이런 셋업 범죄의 경우는 고소고발한 사람이 피의자 보다 더 많은 정보를 갖고 있기 때문이죠.
물리적 증거 여부를 떠나서 범죄자와 피해자가 뚜렷한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명백하다기 보다 법적인 다툼 여지가 있습니다. 이 경우 무조건 피해자 편만 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이때에는 힘의 균형을 고려해야 합니다. 법적인 다툼은 돈과 시간의 싸움입니다. 돈과 권력이 있어서 고가의 전관 변호사 수십명을 쓰면서 본인은 사건에 대해 신경도 안 쓰는 사람과 돈이 없어서 직접 준비를 해 가며 일상 생활조차 유지하기 힘든 사람에게 똑같은 잣대를 갖다대는 것은 중립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중립의 시작은 사법 시스템의 도움을 평등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겁니다.
법리적으로 다툼의 여지가 있을 때에는 약자를 배려하는 것은 법의 중립성을 훼손시키는 게 아닌 중립을 지키기 위한 첫 걸음이 되는 거죠.
법이 피해자나 약자를 외면할 때 법률 전문가들은 법의 중립성을 이야기합니다.
심적으로는 이해가 되지만 법은 중립을 지키고 피해자나 약자에게 치우쳐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죠.
하지만, 이미 기울어져 있는 운동장에서 법의 중립성을 지킨다는 것은 양쪽을 똑같이 대하는 것이 아닌, 피해자와 약자에 대한 배려가 있어야 합니다.
그것이 진정한 법의 중립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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