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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가 넘어야 할 것들...손 가는 대로/그냥 2010. 4. 7. 01:00728x90
보험..금융상품으로서의 보험은 매우 흥미롭다. 이론적으로는 파생금융상품처럼 모든 형태의 금융상품이 가능하다. 순수 보장형 상품, 저축과 비슷한 상품, 펀드같은 상품, 파생결합금융상품 같은 상품. 그리고 이 모든게 서로 섞여 있는 형태까지. 물론 실생활에서는 규제라는 것이 가로막고 있어서 그렇게까지 자유로운 형태는 아니지만 어쨋든 매우 복잡한 금융상품임에는 틀림없다.
회사로서의 보험회사는 그렇게 쉽지만 않다.
다가오는 인구감소. 인구가 감소하면, 성장률이 떨어지고, 그 어느 산업도 타격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보험사는 보다 직접적이고 커다란 타격을 받게 된다. 인구가 증가하는 동안은 부실 보험사나 우량 보험사나 큰 차이가 없을 수 있다. 특히 생명보험사의 경우 아직 본격적으로 보험금 지급은 안하고, 보험료는 계속 수취하기 때문에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은 낮다. 그러나 인구가 감소추세로 돌아서고 노령화가 진행되면 상황은 달라진다. 지급할 보험금은 점점 많아지고, 들어오는 보험료는 점점 줄어들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지인에 의해 떠밀리거나, 보험료가 어디가 저렴한가가 더 중요했을지 모르지만, 누가 유동성 위험을 잘 관리하느냐는 앞으로는 중요한 포인트가 될 수 밖에 없다.
인구구조의 또다른 변화는 빈부격차의 심화이다. 정부는 아니라고 하겠지만 돈이 돈을 버는 자본주의 특성상 빈부격차 심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보험은 '보통의 사람들'을 위한 금융상품이다. 부자들은 필요가 없다. 따로 돈을 모아두지 않아도, 왠만한 위험은 부담없이 커버할 수 있다. 보험료를 다달이 내는게 부담스러울 건 전혀 없지만 귀찮다. 그리고 받는 보험금도 그들 입장에서는 별 관심없는 푼돈이다. 반대로 가난한 사람들은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보험이 필요하지만 먹고 살 일이 급하기에 보험을 가입할 여력이 안된다. 빈부격차의 심화는 앞의 인구감소나 노령화만큼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보험사 입장에서 부정적이다.
이제는 더이상 고성장이 없다고들 한다. 그리고 저성장 시대에는 더이상 고금리가 없다. 보험사는 금리상승기에 유리하고, 금리하락기에 불리하다. 그리고 금리수준은 높을수록 유리하고 낮을수록 불리하다. 금리상승기에 유리하고, 하락기에 불리한 이유는 부리이율이 시장금리보다 후행하기 때문이다. 금리상승기에는 재투자 수익률은 빨리빨리 오르는데, 부리이율은 천천히 오르기 때문에 회사입장에서는 유리하다. 그리고 하락기에는 그 반대다. 예전에 금리대세 하락기때 생보사들의 손실이 문제가 되었던 적도 있고, 모 생보사는 이러한 손실을 줄이기 위해 고객들을 속여서 낮은 부리이율의 새로운 상품으로 갈아타게 유도한 적도 있었다. 금리수준은 사업비율과 관련이 있다. 사업비 수준은 금리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 10%로 부리를 하면서 1%를 사업비로 사용하는 것과 5%로 부리하면서 1%를 사업비로 사용하는 것과 미치는 영향이 같을 수는 없다. 예전보다 수익을 내기 어려운 환경이 되어간다.
기존 시장의 성장성은 정체되고 퇴직, 은퇴시장이 커질거라고들 한다. 대체될 수 있을까? 그것은 능력에 달려있다. 다만 기존 보험시장은 보험사들끼리의 경쟁이었던 반면 퇴직, 은퇴시장은 은행, 증권, 자산운용 등 전 금융권의 경쟁이 될 수 밖에 없다. 전문 PB(Private Banking)조직이나 WM(Wealth Management)조직을 준비하고 있는 은행이나 증권에 비해 국내 보험모집인들은 전문성이 떨어진다. 보험상품을 설명하고 파는데는 뛰어날지 몰라도 재무컨설팅 능력은 부족하다.
상품 역시 기업에 큰 이익을 주지는 못한다. 기존 보험들은 매출과 수익을 같이 증가시켜 주었지만, 퇴직보험 등은 매출로 잡히지 않아 외형성장의 한계를 보이게 된다. 또한 유배당 개인연금은 수익의 대부분을 계약자 배당으로 주어야 하기 때문에 반대로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안된다.
나날이 늘어가는 보험사기 역시 보험사들의 고민거리이다. 감독원까지 나서서 보험사기를 줄이겠다고 하지만 쉽지 않은 문제이다. 일부는 '보험사 = 나쁜 회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서 주위에서 보험사기를 목격해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그러나, 그것은 중대한 범죄이고, 보험사 뿐만 아니라 계약자, 더 나가서 사회적으로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다양해 지는 채널 역시 보험사에게 어려운 상황을 만들어 놓는다. 인터넷 보험. 기존 영업조직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하고, 인터넷 보험의 증가는 회사의 수익성을 낮추게 된다. 그렇지만 안 따라가는 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는 더욱 큰 생존의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독립대리점의 존재도 보험사에게는 부담스럽다. 고객의 입장에서는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 외에는 큰 매리트가 없을지 모르지만, 보험사 입장에서는 기존 전속채널보다 훨씬 많은 수수료를 지급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 위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새로운 시장을 찾아야 하고, 해외가 그 답이 될 수 있다. 해외로 나가야 하는데, 많은 금융회사들은 엄두를 못내왔다. 경쟁력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자신감이 없기 때문이다. 활발히 해외로 진출했던 종금사가 외환위기때 문을 닫는 것을 보았기에. 그런 이유에서 업종은 다르지만, 미래에셋의 해외진출을 개인적으로는 높이 평가한다. 두렵더라도 도전을 해야 한다. 국내에 머물기에는 금융시장이 너무 커져버렸다. 미래에셋뿐만 아니라 국민은행, 삼성생명 등 국내 금융기관들도 조금씩 해외의 영역을 넓혀가고 있으니 기대해 볼만할까?
보험회사에게 중장기적으로 펼쳐있는 길은 그다지 밝지 않다. 그러나, 어떻든 살아남는 자는 살아남는다. 다같이 끌고 가려면 다함께 어려운 시간을 보내야 할 수도 있지만, 정리가 된다면 살아남은 자에게는 축복이 있을 수도 있다. 바람직하냐 아니냐를 떠나서. 당장은 아니더라도 점차 보험사의 입장에서 생존자체가 문제가 될 수 있을테고, 이를 바라보는 계약자 역시 그로부터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보험료를 납입하는게 자선행위가 안되려면 앞으로는 될 보험사를 골라서 보험을 계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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