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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드, 캐피탈 문제에 대한 시장의 의견
    손 가는 대로/금융자산운용 2003. 9. 17.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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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카드사태와 관련하여 시장에 돌던 이야기를 정리한 것입니다. 지금와서 돌아보면 말이 안되는 이야기도 있을 수 있겠지만, 위기는 반복되고 서로 다른 위기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어 올립니다.

    ============

    2003.09.17

    ■ 카드, 캐피탈 문제에 대한 거시적 접근 : Market Must Reflect Risk 

    시장은 언제나 옳은 것인가에 대해서는 논쟁이 이어져 왔습니다. 금융시장의 적정한 가격을 계산하기 위해 끊임없이 온갖 기법들이 개발되어 왔지만 그렇게 계산된 가격과 시장의 가격 둘 중 어느 것이 맞느냐는 결국 개인마다 생각하는게 다를 겁니다. 그리고 시장의 오버슈팅에 대해서도 생각하는게 다르겠죠. 극단적으로 시장이 옳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오버슈팅 자체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소위 말하는 정상가격으로 수렴하기 위한 변동성 그 자체도 그 순간의 적정 가격으로 볼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장은 그렇게 옳기만 하지는 않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무리행동(Herd Behavior)에 따라 움직이는 시장은 오히려 적정 가격을 유지하는 시간보다 오르락 내리락 무리행동에 따라 오버슈팅하는 시간이 더 많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시장은 위험을 제대로 반영한다 보다 반영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어울리는지 모릅니다.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경우 금융시장은 언제고 다른 방향으로 극단적으로 흐를 수 있는, 불안정한 상태가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이는 금리의 지속적 인하와 회사채 발행감소로 크레딧마켓이 극단적인 발행자 우위의 시장으로 흐르며 이미 오래전부터 굿모닝신한의 윤영환 위원이 경고했던 바와 상통합니다. 

    올해초 시장이 위험을 반영하지 못한채 수급요인에 끌려가며 신용스프레드가 과도하게 축소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이 잘못되어 있다는 걸 말하면서도 시장은 수급 앞에서 무릅을 꿇은 겁니다. 이는 신용스프레드가 과도하게 벌어질 잠재적 위험이었습니다. 언제가 될지 아무도 장담하지 못했지만. 

    SK글로벌 사태는 마치 울고 싶은 아이 뺨을 때린 격이었습니다. 

    신용스프레드의 과축소 후 과확대가 이어지며 시장은 자연스레 크레딧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이는 설마설마 하며 넘어오던 카드채 문제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과축소와 과확대 후 현재 모습은 신용스프레드의 양분화로 이어졌습니다. 이러한 양분화는 회사채 시장의 경우 과축소와 과확대가 공존하는 비정상적인 모습이지만 카드채의 경우 시장이 정상화 되는 과정으로 해석됩니다. 

    그렇다면 이 과정에서 우량한 카드사들의 생존가능성은 어떠냐에 대한 의문이 당연히 따릅니다. 

    경기회복은 기대에만 그칠뿐 구체적인 모습이 보이지 않고, 연체율 상승추세도 이어지고, 경기에 후행하는 실업율 역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실업자=연체자'라는 등식은 무리한 설정이라 해도 실업자가 늘면 연체자가 늘수 밖에 없기에 신용카드사에 대한 개선여지는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카드사 4/4분기 회복론도 경기회복를 가정한 추정이기에 결국은 경기회복이 언제쯤이냐는 거시적 문제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억지로 적기시정조치를 면해온 카드사들이기에 경기회복이 어려울 경우 또다시 충격이 올수 밖에 없을 겁니다. 

    은행의 문제가 아니지만 금융위기라고도 보는 이유는 이런 연장선상입니다. 비록 카드사들의 방만한 경영이 1차적인 원인이겠지만 얇은 금융시장은 시장이 위험을 반영하지 못하고 수급에 취약하게 만들었기에, 이것이 궁극적으로 해결되지 않는한 위기는 반복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이런 어려운 환경하에서 카드사들이 생존할 길은 우열이 양분화되는 과정에서 우량한 쪽으로 옮겨가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우열은 어떻게 가려지는가?

    이는 현재는 엉망이지만 1~2년만 지나면 다시 캐쉬카우 역할을 할것이라는 카드산업 전반에 대한 전망에서 출발합니다. 시장이 바라는 것은 현시점에서는 깨끗한 재무제표도, 낮은 연체율도 아닙니다. 그러한 지표들이 나쁘다는 건 이미 주지하고 있습니다. 단지 어떻게 이 위기를 넘어갈 수 있는지에 대한 확신과 신뢰일 것입니다.

    ■ 카드, 캐피탈 문제에 대한 회사별 접근 

    ○ 삼성카드 : 무서운 삼성

    삼성카드는 카드사 중 가장 성공적인 위기대응으로 손꼽힙니다.

    처음 비상장사라는 이유로 자료공개 및 IR을 회피 시장의 불신을 받던 삼성은 카드채 위기가 심화되자 '우리는 엘지와 다르다'며 기업설명회를 갖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매달 IR을 실시해오며 시장의 신뢰를 얻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채권발행에 있어서도 꾸준히 발행하며 1년물 기준으로 위기발생이전 동일한 수준이었고, 7월초에는 20bp선이었던 두채권의 차이는 9월현재 250bp가까이 벌어졌습니다. 그래도 엘지카드의 경우 정상적인 거래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시장은 '역시 삼성'이라며 다시한번 신뢰를 하게 됩니다.

    ○ 엘지카드 : 모르거나 혹은 나쁘거나

    엘지카드에 대해서는 나쁜 이야기들만 즐비해서 조심스럽긴 합니다만...

    ㅡ 해외매각

    저번에 말씀드린 엘지그룹의 문제와도 이어집니다. 통신사업과 카드사업 모두 미래에는 현금창출을 톡톡히 해낼 사업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습니다만 현재 감당할 수 있느냐는 문제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이에 대한 시장은 부정적 인식입니다. 통신사업도 카드사업도 현재 들어가야 할 돈이 너무 많기에 둘다 끌고 가기엔 당장 엘지그룹의 자금조달 능력이 안된다는 생각입니다. 심한 경우 통신 카드 양 사업 모두 해외에 매각하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라고까지 합니다. 매각은 아니더라도 최소한 합작형식의 외자유치가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ㅡ 개인대주주

    엘지카드의 주주구성은 엘지家 개인주주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주머니돈이 쌈짓돈이라고 생각하는게 아니냐는 의심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특히 최근과 같이 투명성이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시장은 더욱 민감하게 반응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정보의 불투명성이 이슈가 되었을때 그 파장은 더욱 클 수 밖에 없습니다.

    ㅡ 정보의 불투명성

    이는 지속적으로 엘지카드의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엘지카드는 일관되게 무시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상장사이기 때문에 자료를 줄수 없다고 하지만 외환카드와 같은 상장 카드사도 적극적인 채권애널/투자자 대상 IR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는 설득력이 떨어집니다. 여름에 있었던 엘지카드의 유일한 채권투자자 대상 IR조차 규모만 컸지 내용이 부실하여 일부에서는 '알맹이 없는 포장은 아무소용이 없다'고 평가절하 하기도 했습니다. 

    모르는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으로 본다는 크레딧애널리스트들에게 있어서 이러한 불투명성은 엄청난 디스카운트 요소이지 기피대상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채권시장에 다가가기 위한 노력이 없다면 엘지카드는 앞으로도 한동안 '그래도 그렇게까지 나쁜진 않을텐데..'하면서도 외면당하고 있을 것입니다.

    ○ 현대캐피탈

    ㅡ 포트폴리오

    현대캐피탈은 올해초와 여름경에 두번 기피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드림론패스가 그 주범이었습니다. 
    작년에 드림론패스가 차지하는 비중이 매출의 36%를 상회했고 현재 13%정도, 연말 목표가 8%미만입니다.

    동시에 드림론패스를 제외하면 대부분은 계열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의 할부금융이 대부분입니다. (현재 총매출의 80%선...) 자동차할부금융은 연체율이 1%남짓하다는 군요. 본업에만 충실하다면 업계에서 가장 우량한 포트폴리오가 되는 회사랍니다. 한마디로 현대캐피탈의 전략과 의지에 모든게 달려있습니다. 심지어 일부에서는 무모한 확장만 포기하면 삼성캐피탈보다 우량할거라고도 합니다. 

    그러한 사실을 현대캐피탈 담당자들도 잘알고 있고 위에서 얘기한 것처럼 드림론패스의 비중을 줄이는게 가장 큰 목표여서 현대캐피탈의 전망은 밝다고 보여집니다. 

    ㅡ 현대카드

    드림론과 함께 현대캐피탈을 붙잡고 있던 건 현대카드에 대한 부담입니다. 그러나 올해 증자에서 현대카드의 증자가 현대캐피탈을 통한게 아니라 현대차 3인방의 직접 지원으로 이에 대한 부담은 조금 던 상태입니다.

    ○ 현대카드

    ㅡ M카드

    현대차와 기아차의 든든한 백을 이용 출시한 M카드는 타사가 자산을 축소하는 상황에서 공격적 마케팅으로 화제를 모았습니다. 이에 대해서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은 어차피 현대카드는 독자 생존을 위해서는 규모를 키울 수 밖에 없기때문에 필연적인 선택으로 봅니다. 그러나 부정적인 시각은 산업전반적으로 부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모으는 회원들이 얼마나 우량할까에 의구심을 표합니다.

    ㅡ 현대백화점의 지원

    현대백화점 카드와 현대카드가 같이 새로운 카드상품을 내놓는다고 합니다. 계열이 다르기에 지원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래도 현대家에서 현대카드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으로 봅니다.

    ㅡ 현대차 계열

    현대카드의 상태는 한마디로 아주 안좋습니다. 적자가 1조원을 상회할거라고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믿는건 현대차계열이라는 것과 이계안 사장의 현대카드 포기 불가 발언입니다. 혹자는 최악의 경우 현대캐피탈에서 합병할거라는 시나리오를 가정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드림론이후 본업으로 회귀하고 있는 캐피탈의 현대카드 인수는 현재 현대카드의 부실규모를 볼때 현대카드의 생존이 아니라 현대캐피탈의 부실로 이어질 가능성이 오히려 큽니다. 또한 현대차 그룹의 직접 지원 역시 조속히 현대카드가 정상화되지 않는다면 비금융사인 현대차의 지원에는 한계가 있지 않냐는 시각이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차가 지원할 수 밖에 없다는 시각 역시 존재 합니다. 이미 법적으로는 분리되었다 치더라도 현대생명 퇴출이후 책임을 물어 곤욕을 치뤘었기 때문에 현대카드마저 퇴출시키면 이는 현대차 그룹이 다시는 금융에 손을 대지 못한다는 의견입니다.

    ○ 우리카드 : 합병 또는 매각

    물건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외자유치설과 합병설로 인해 한때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는 말이 돌았었습니다. 외자유치를 위해 GE캐피탈이 정밀실사에 들어갔다는 말이 있고, 우리은행의 합병이라는 마지막 카드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6월말 기준으로 연체율 10%미만으로 발표되었었지만 감독원 조사결과 우리카드의 연체율이 11%가 넘는 걸로 수정되었습니다. 다른 카드사들처럼 당연히 적자였고... 바로 적기시정조치 대상이 됩니다. 부실채권비율도 10.7%로 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 발표된 우리금융의 증자계획은 우리카드에 대한 우리금융의 전폭적인 지지를 보여준다고 하지만 적기시정조치를 면하게 해주는 대신 증자하라고 감독원에서 제시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우리금융이 100% 대주주인 상황에서 감독원의 압력으로 인해 최악의 경우 합병이나 매각으로 가지 않겠냐고 봅니다.

    ○ 신한카드

    신한카드도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자금조달이 많아 시장에 물건은 거의 없습니다. 일부에서는 신한카드가 조흥은행 카드사업부를 인수하고 신한금융그룹이라는 이름을 달고 본격 영업을 시작하면 엄청난 성장이 가능하지 않을까 말하기도 하지만 아직은 성급한 생각이 아닐까 싶습니다.

    ○ 국민카드

    합병 발표이후 관심 밖으로 밀려나 있습니다. 은행채도 아닌 것이 카드채도 아니라고나 할까.
    이는 정말 조심스러운 이야기인데... 일부에서는 국민카드의 최근 연체율에 대해 비난을 합니다. 엄청난 상승. 물론 매달 실시하던 대손상각이 없었기 때문이라는 부연설명이 있었지만... 수치상 혼동을 일으킬 수 있는 발표를 두고 아주 일부에서는 자기네들은 합병을 하니까 고의적으로 연체율 상승을 흘려 카드시장을 흔들려는게 아니냐는 위험한 의심입니다.

    설마 사실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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