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다리론
제가 좋아하는 이건희 회장 어록 중 하나는 뒷다리론입니다.
달릴 사람은 달려라. 걸을 사람은 걸어도 좋다. 쉬었다 갈 사람은 쉬었다 가도 좋다. 그러나 다른 사람의 뒷다리를 붙잡지는 말아라.
라고 했답니다. 이것이 바로 같이 가는 조직의 모습이 아닐까 싶습니다.
(1) 서로 다른 속도의 인정이 필요합니다. 조직원들이 같이 간다는 것은 모두 똑같은 보폭으로 줄지어 가는 것이 아니라 이렇게 자기의 페이스에 맞게 한 방향으로 가는 것입니다. 조직원 각자가 달리고 싶을 때와 쉬고 싶을 때가 다릅니다. 그것을 억지로 맞추게 되면 달리고 싶은 사람은 달리지 못하고, 쉬었다 가고 싶은 사람은 쉬지 못합니다. 선두는 자기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쉬지 못한 사람들은 낙오되며 조직은 시너지 효과를 내지 못한 채 각 조직원 능력의 합은 오히려 조직 전체의 능력보다 못한 결과를 나타냅니다.
특히 창조성이나 어떤 새로운 전략이 요구될 때는 이러한 것이 더 중요합니다. 창조성은 옷을 자유롭게 입는데서 나오는게 아니라 생각할 시간과 엉뚱한 환경에서 나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두뇌를 쉬게 해주어야만 가능한 것입니다. 물론 조직원들이 달리지는 않고 계속 쉬기만 하면 당연히 그 조직은 와해 되겠지만, 그렇다고 쉴 시간이 전혀 없다면 그 조직은 창의성이 발휘될 수 없습니다.
이건희 회장의 뒷다리론. 그러나 정작 삼성전자는 그렇지 못해 결국 글로벌 1위가 될 수 없다고 하기도 합니다. 쪼고 몰아세우고 쉬지 못하게 하는 조직은 효율적이고 누군가를 따라가는 것은 잘하지만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내고 끌고 가는 능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2) 내부경쟁의 자제가 필요합니다. 적당한 경쟁은 긴장감을 유지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지나친 내부 경쟁은 상대방의 뒷다리를 잡는 형태로 표출되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몇명이 쉬고 싶어지면 아무도 달릴 수 없게 만들어지는 조직. 시장과 자기자신을 보지 못하는 내부 경쟁은 그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못합니다. 쉬고 싶을 때 쉬지 못하는 거나 다른 사람의 뒷다리를 잡으려 하는 것은 그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일 겁니다. 지나치게 타이트한 인력 운영이나 과도한 성과급 등은 단기적으로는 효율적 경영으로 보이겠지만 지속되면 내가 쉬려면 다른 사람의 뒷다리를 잡게 만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