類類相從(유유상종) vs 竹馬故友(죽마고우)
별로 상관관계가 없어 보이는 유유상종과 죽마고우를 함께 묶은 이유는
앞에서 물각유주를 말하다가
갑자기
뜻은 크게 변하지 않아도 뉘앙스가 바뀌는 말들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졌기 때문이다.
물각유주에 대해서는 앞의 글에서 말했다.
원래는 인재는 인재끼리 모인다는 긍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던 말이다.
비슷한 뜻인 類類相從(유유상종)이나 物以類聚(물이유취)도 그렇다고 한다.
그러나, 어느새 그런 말들은 긍정적인 뜻보다 부정적인 뜻이 더 많다.
외부에 배타적인 모임에 사용되거나,
일부 사전에는 나쁜 사람들끼리 의기를 투합하는 것이라고, 주체를 나쁜 사람으로 표기하기도 한다.
그런데 죽마고우는 그 반대의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진(晉)나라의 간문제는
촉(蜀)을 평정하고 돌아와 세력이 커지고 있던 환온(桓溫)을 견제하기 위해서
은둔생활을 하던 은호(殷浩)를 찾아간다.
처음에는 거절하던 은호였지만, 거듭된 간청에 못이겨 벼슬길에 오르게 된다.
은호와 환온은 서로 좋지 않은 사이가 된다.
그러던 중 은호가 출병을 하게 되었는데,
말에 오르다가 낙마를 하는 바람에 은호는 싸워 보지도 못하고 대패하고 만다.
좋은 기회라 생각한 환온은 탄원하여
은호를 서민으로 강등시킨 후, 변방으로 귀양을 보낸다.
그리고 이때 환온은 말한다.
은호와 자신은 어렸을 적부터 함께 죽마를 타고 놀던 친구라고.
그때 자신이 죽마를 버리면 은호가 가지고 갔었다면서
은호는 자신보다 밑에 있어야 한다고.
여기에서 죽마고우 또는 죽마지우란 말이 나온다.
어렸을 적 친구란 뜻은 맞지만...
좋은 뜻은 아니었다.
자기보다 못하다는 의미가 담겨 있었다.
그러나 요즘 쓰이는 죽마고우란 말에는
단순히 오래된 친구란 뜻 뿐만 아니라
그렇기 때문에 절친한 친구라는 의미도 담겨있는 경우가 많다.
그 말이 어떻게 나왔는지 생각을 하지 않으면
말은 돌면서 조금씩 변하게 된다.
부정적인게 긍정적이 되기도 하고,
긍정적인게 부정적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굳이 원 뜻을 고집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변하면 변하는 대로 따라가는게 맞다.
언어는 원래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