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이야기한 지구 온난화.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책임질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주인없는 기업의 경영이 방만해 지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리고 또 하나.
지구 온난화가 모두에게 나쁜 것은 아니다.
동토(凍土)의 땅을 보유하고 있는 국가들의 입장에서 보면
날씨는 좀더 따뜻해져도 좋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못하겠지만.
지구 온난화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은 질병이다.
지금도 각종 괴질들이 나타나고 있는데... 그 빈도와 강도는 더욱 심해질 것이다.
오래 전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전세계를 불안에 떨게 했던
에볼라 바이러스.
너무도 높은 치사율 때문에 숙주인 인간이 일찌감치 죽어버려서 확산되지 못한 채
찻잔 속의 폭풍 정도로 끝났지만...
지구 온난화와 환경 파괴는
그러한 질병이 도시 한복판에도 나타날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치사율이 높아 숙주가 일찍 죽어버리더라도
일단 사람들이 밀집한 도시에 상륙하게 되면
바이러스들은 어렵지 않게 새로운 숙주로 이동할 수 있게 된다.
눈을 뜨면 매일 죽어가는 사람들.
누가 감염되었는지 몰라서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
그다지 생각하고 싶지 않는 상황들.
갑자기 바이러스라기 보다는 SF영화에 나오는 외계인들이 떠올려 진다.
위의 내용과 상충되어 보이기도 하는 또 다른 위험은 의학의 발달이다.
의학발달은 좋은게 아닌가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예전에 뒤늦게 의학공부를 시작한 한 사람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다.
그 사람은 암이 정복되는 순간 인간의 멸망은 시작될 거라고 말했다.
논문조작으로 물의를 일으키기 직전,
황우석 박사는 사석에서 그렇게 말한 적이 있다고 한다.
지금 현재의 기술로도 인간이 200살을 살도록 할 수는 있다고.
허풍이었는지 진심이었는지 모르지만....
의학이 발달하고, 영생에 가까운 삶을 누릴 수 있게 된다면 그 부작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사람이 거의 안 죽는다면, 출산율을 0에 가깝게 만들어야 한다.
안 그러면 지구는 인류를 감당할 수 없다. 인류는 자멸하게 된다.
나가고 들어오는 사람이 없는 세상이라면...
부자와 가난한 사람은 고착되고 그 격차는 점점 커지게 된다.
그렇다면 폭동과 같은 사태로 세상은 겉잡을 수 없게 된다.
물론 실제로 그렇게 될 가능성은 낮다.
의학발달의 혜택은 모두에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부자들에게 집중되니까.
죽지 않는 신과 같은 부자들과
그들에 비하면 하루살이 같은 삶을 영위하는 대부분의 사람들.
돈으로 영생을 보장받는 사람들에게
자신들과 차원이 다른 일반인들의 생명은 한갖 또 다른 종류의 동물정도로 보여질 것이다.
의학과 기술의 발달이 주는 또다른 위험은 인간을 조작하게 된다는 점이다.
처음인데도 경험한 듯한 느낌을 주는 데자뷰와
경험한 것인데도 처음인 것처럼 느끼는 자메뷰 현상.
현재 기술로도 뇌의 특정부위에 전기적 신호를 주어서 데자뷰와 자메뷰 현상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좀더 연구하게 되면 전기적 신호만으로 사랑하는 감정까지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원리는 간단하다.
뇌에서 사랑할 때 반응하는 부위를 찾아내면,
그 부위에 적절한 전기적 자극을 주어서 사랑한다는 감정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한 남자가 있다.
마음에 드는 여자가 있는데 그 여자는 자신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남자는 그 여자를 납치해서 뇌에 주사를 놓는다.
주사 안에는 매우 작은 칩이 들어있고, 자체적으로 전기신호를 보낼 수 있다.
해당 전기신호는 여자에게 그 남자를 사랑한다는 감정을 만들어 낸다.
그 남자의 납치행위 자체도 자신이 사랑해서 도피를 한거라고 착각을 하게 된다.
말도 안되는 설정 같지만.... 미래에는 불가능하지도 않은 이야기이다.
조작이 가능한 것은 비단 데자뷰 현상이나 자메뷰 현상만이 아니다.
인간의 뇌에 대해 연구할 수록 점점 많은 것을 조작해 낼 수 있다.
사랑하는 마음도, 증오하는 마음도 모두 다.
내가 생각하는 것인지, 내 뇌가 조작되고 있는 것인지 구분할 수 없는 세상을 산다면...
종말과 다를 바가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