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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 인 더 글라스 (Auggie, 2019) vs 그녀 (Her, 2013)눈 가는 대로/[영화]영화 2022. 8. 31. 17:36728x90
뷰티 인 더 글라스 (Auggie, 2019) vs 그녀 (Her, 2013)
영화의 원제목은 August의 애칭으로 사용되는 어기(Auggie)입니다. 어차피 원제를 사용하지 않을 거면 우리말로 제목을 지었어도 될 것 같은데, 굳이 영어 제목을 만들어 붙였네요.
뷰티 인 더 글라스(Auggie, 2019)를 보는 순간 바로 영화 그녀(Her, 2013)를 떠올렸는데, 아니나 다를까 저말고도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어기는 영화 속에 나오는 증강현실(AR) 글라스의 이름입니다. 영화 그녀(Her)나 하이, 젝시(Jexi, 2019)에서 주인공과 교감을 나누는 상대는 바로 스마트폰이었습니다.
인공지능 로봇이 인간과 사랑에 빠지는 내용의 작품들이나, 가상현실(VR) 세상에서 사랑에 빠지는 작품들은 기존에도 많이 있었는데, 인간이 스마트폰이랑 감정적으로 친밀해져가는 내용은 새로웠죠.
무엇보다 인간 같은 모습이 없는데도 스마트폰의 목소리와 상대 배우의 연기만으로 관객을 끌어당기는 힘이 있었습니다. (하이, 젝시는 소재는 비슷해도 톤이 좀 다르기는 하지만,) 두 영화 모두 연출을 잘 해서 그렇기도 하겠지만, 현대인의 대부분은 이성 친구는 없어도 스마트폰은 없으면 안되는, 사실상 스마트폰과 사랑에 빠져있는 현실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로봇과의 사랑은 먼 훗날 일 같지만, 스마트폰과의 사랑은 지금도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은 것이죠. (그녀에서 주인공 테오도르가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것은 정확히는 스마트폰이 아니라 스마트폰 운영체제인 사만다이긴 합니다만 시각적으로 보이는 것은 스마트폰이죠.)
증강현실(AR)
그리고, 좀더 발전된 것이 어기에서 나오는 AR 글라스입니다. 주요 기술기업들은 지금도 VR과 메타버스에 대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VR 보다 먼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이 AR입니다.
기술적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과제가 아직 남아있지만, 완전하 가상세계를 구현하는 VR 헤드셋의 경우 현실과 차단되어야 하다 보니 헤드셋이 크고 무겁습니다. 배경까지 컴퓨터로 구현하려면 컴퓨터 성능도 좋아야 하죠. 아니면 버벅이는 버퍼링이 심하게 되고, 이를 피하려고 그래픽 수준을 낮추면 현실감이 떨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반면, 현실세계에 가상의 그래픽을 겹쳐 보이게 하는 AR은 안경 형태로도 만들 수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은 그래픽으로 구현할 필요가 없다 보니, 사용되는 그래픽 사양도 훨씬 낮아도 됩니다. 혹자는 현실과 가상을 잘 접목시켜야 하는게 완벽함을 추구하려면 오히려 기술적으로 난이도가 높다고 말하기는 하지만, 그런 부분이야 영화가 기술적 부분을 논하려는 건 아니니까 무시될 수는 있을 겁니다.
어떻든 간에 AR은 스마트폰 보다 시각적이면서 로봇이나 VR 보다 현실적입니다.
뷰티 인 더 글라스에서 은퇴 후 펠릭스의 삶부터 현실적으로 느껴지죠. 평범한 직장인들이라면 40대 후반부터 느끼는 부분일테고, 젊다면 본인은 아니더라도 부모님이나 물러나는 직장 선배들을 보며 간접적으로 느낀 적이 있을 겁니다.
한때 VR에 대한 관심이 증가했을 때, 가장 빠르게 대응한 곳은 미국의 대형 영화사들이 아닌 포르노 업계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일반 영화사들 보다 사적인 영역에서 실감나는 영화를 만드는 곳이다 보니 사적일 수 밖에 없는 VR에 발빠르게 대응한 것일 수도 있죠.
영화 속에서 나오는 내용이 포르노는 아니지만, AR의 도입과정에서도 드러내지는 않더라도 환상과 육체적인 사랑이 떨어질 수는 없을 것이기에 영화는 어쩌면 더 현실적이라는 느낌을 주게 됩니다. (현실적이라기 보다 현실적으로 가능해 보인다는 게 더 정확한 표현이겠지만요.)
어기 vs 사만다
얼핏 보면 어기는 시각화하는 안경과 촉감을 느끼는 팬티까지 나오면서, 목소리만 있던 영화 그녀 속 사만다의 업그레이드 버전 같기도 합니다.
그 이상의 차이점도 있습니다. 사만다는 아마존의 알렉사 같은 인공지능 스피커(또는 인공지능 비서)를 모델로 합니다. 좀더 기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빅 데이터가 필요합니다. 사람의 관점에서 사랑이란 자신만 바라보는 것입니다. 영화 그녀 속에서 테오도르는 사만다가 자신에게 온전히 집중하기를 원하죠. 사람은 두 명 이상을 사랑할 경우 어느 한 쪽에도 온전히 집중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그 반대입니다. 수만명과 동시에 대화를 하면서도 각자에게 최선의 대답을 할 수 있고, 더 좋은 대답을 하기 위해서 오히려 그러는 것이 필요합니다. 현실에서 알렉사나 다른 인공지능 프로그램의 중요한 경쟁력 중 하나는 바로 누가 얼마나 더 많은 빅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냐이기 때문이죠.
어기에서는 그 부분 보다는 좀더 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춥니다. 펠릭스의 이상형이 시각화되고, 펠릭스 만이 그녀를 볼 수 있죠.
반드시 그 하나 때문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테오도르가 사만다를 대하는 모습, 펠릭스가 어기를 대하는 모습은 그런 부분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이해할 수 있다면 이해할 수 있고, 이해할 수 없다면 할 수 없는 부분일 겁니다.728x90'눈 가는 대로 > [영화]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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