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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썬다운 (SUNDOWN, 2022)
    눈 가는 대로/[영화]영화 2022. 8. 26.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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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썬다운 (SUNDOWN, 2022)

    제목인 sundown은 주로 미국에서 일몰(日沒)이나 해넘이(sunset)의 의미로 사용되는 단어입니다. 해넘이 자체를 의미하기도 하고, 해가 질 때라는 시간적 의미나 서쪽(the west)이라는 장소적 의미로 사용하기도 합니다. 그 외에 정신의학에서는 환경에 익숙지 못해서 (밤에) 환각을 겪는다는 의미의 자동사로 사용합니다.

    그리고 단어의 직접적인 의미는 아니더라도 해가 지는 것은 인생에서 삶이 지는 것을 은유하기도 합니다. 해가 지고 어둑해지는 때를 의미하는 황혼(黃昏)이라는 단어는 인생의 황혼기와 같이 더이상 은유라기 보다는 하나의 관영적 표현처럼 자리잡았죠.

    썬다운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언급한 것은 영어 공부를 하기 위한 것은 아니고, 영화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삶의 저뭄

    영화는 기본적으로 죽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영화 초반에 나오는 모든 일의 시작은 주인공 닐(팀 로스)의 어머니의 죽음 소식부터 입니다. 

    어머니의 죽음을 대하는 닐의 태도는 일반적인 사람들의 기준으로 이해하기 힘들죠. 그렇기 때문에 그 이후 보여지는 평범하다면 평범할 닐의 일상에 관객들은 집중을 하게 됩니다. 보다 보면 무언가 이유가 있을 거라는 생각 때문이죠.

    그리고, 영화 속에서 또다른 죽음들이 이어집니다.

    죽음은 액션 영화처럼 자극적으로 묘사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흔히 볼 수 있는 신파(新派)적으로 표현되지도 않습니다. 일상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일상처럼 보여줍니다. 

    죽음에 대한 사색을 강요하지도 않고 주인공의 행동에 정당화를 부여하지도 않지만, 문득 생각해 보게는 합니다. 영화를 보는 당장의 순간은 아니더라도.

    태양(sun)

    이러한 삶과 죽음을 나타내기 위해 감독이 자주 사용하는 것은 해입니다. 영화 속에서 하늘에 떠있는 해를 화면 가득 잡는 장면들이 여러 번 나옵니다. 감독이 무슨 의미로 그렇게 담았는지는 모르지만, 해가 저무는 것이 죽음을 의미한다면 중천에 떠있는 해는 삶을 의미하는게 아닐까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 해는 눈부실 정도로 빛나지만, 흔히 생각하는 파란 하늘, 파란 바다와 어우러진 맑은 태양과는 다른 톤입니다.

    서쪽(the west)

    멕시코의 휴양지 중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곳은 칸쿤(Cancún)일 겁니다. 꼭 칸쿤이 아니더라도 멕시코 휴양지 중 인기가 많은 곳은 멕시코만(Gulf of Mexico)을 접하고 있는 멕시코의 동쪽 해변들일 겁니다.

    하지만, 영화 배경은 멕시코의 서쪽에 있는 아카풀코(Acapulco) 해변입니다. 멕시코를 가본 적은 없지만,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았던 칸쿤 등 서쪽의 리조트들은 좀더 화려한 반면, 영화 속 아카풀코는 사람들이 술을 마시고, 춤을 추더라도 그만큼 화려한 느낌이 들지 않습니다. 

    원래 그런 차이가 있는지, 서쪽의 리조트들도 화려하지만 영화를 위해 그렇게 담은 것인지 모르겠지만 영화 분위기와 잘 맞습니다.

    런던이라는 평범한 일상에서 멕시코라는 서남쪽으로, 멕시코에서도 서쪽인 아카풀코로 온 것은 마치 해가 지는 그곳, 삶의 마지막 순간으로 다가선 마지막 여정이었던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환각

    썬다운은 정신의학에서 익숙지 못해 환각을 겪는다는 동사로도 사용이 된다고 합니다. 

    영화에서도 영화가 진행되면서 닐이 환각을 보는 장면들이 나옵니다. 뜬금없는 장면처럼 보이는 이 장면들은 주인공 집안의 가업(家業)과도 연관이 있고, 그런 면에서 주인공이 떠나온 현실을 의미하는 듯 보입니다. 벗어나고 싶지만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역설적으로 그러한 가업이 주인공을 경제적으로는 자유롭게 하고 있죠.

    인생

    영화를 보기 전에 도대체 어떤 영화지라는 궁금함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영화가 끝을 때 어떤 영화인지 알았다기 보다 오히려 이게 뭐지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냥 예상치 못하게 끝나버렸습니다.

    어쩌면 인생 자체가 그런 것 같기도 합니다. 인생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고 시작하고, 살면서도 인생이 무엇인지 모르고, 마지막 순간에 조차 이게 뭐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보는 관점에 따라 무슨 말을 하려는지 알 수 없는 아무것도 없는 영화일 수도 있고, 보고나서 많은 생각이 드는 영화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알 수 없다고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지 못한 거고, 많은 의미를 부여했다고 더 잘 감상했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냥 사람마다 보는 것도 느끼는 것도 생각하는 것도 다를 수 있습니다.

    엠엔엠인터내셔널에서 진행한 시사회에 무료로 초대 받아서 감상하였으며, 영화 후기 등에 대한 별도의 조건은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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