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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공과
    손 가는 대로/그냥 2022. 11. 16.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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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한 공과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해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은 비교적 쉽습니다. (실제로는 윗선과 관련되면 이미 발생한 일에 대한 책임소재를 따지는 것조차 쉽지는 않기는 하지만요.) 하지만, 벌어지지 않은 일에 대해 공과를 논의하는 것은 매우 어렵습니다. 벌어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경찰과 관련해서 언제나 나오는 말들이 과잉대응이냐 아니냐입니다. 특히, 인권이 중시되는 사회에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경우 계속 듣게 되는 말들입니다.

    질서를 유지해서 사고가 나지 않았으면 사고도 안 났는데 경찰이 과잉대응하여서 시민에게 불편을 끼쳤다고 하거나, 정치적 목적으로 과도한 통제를 했다고 비난을 합니다. 대응을 하였기 때문에 사고가 나지 않은 것을 칭찬하거나 고마워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죠. 발생하지 않은 일이니 관심이 없습니다.

    그러다가 통제를 안해서 사고가 나면 그때는 통제를 해야하는데 안했다고 비난합니다. 막았기 때문에 벌어지지 않은 공은 평가받지 못하고, 대응을 하든 안 하든 비난만 받게 됩니다.

    이태원 참사를 바라보는 시각도 마찬가지이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경찰이 잘했다는 것도 못했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 사고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태도에 대한 일반론적인 이야기일 뿐입니다.)

    사고가 나고 나서, 언론은 어느 나라는 할로윈처럼 사람들이 많이 모일 때에는 10시 이후에 술을 안 판다느니, 정해진 인원만 들어갈 수 있게 통제한다느니, 일방통행으로 통제한다느니 하면서 그러지 않은 경찰의 무대책을 비난합니다. 

    물론 사전대책이 중요한데, 지금까지 밝혀진 상황들을 보면 그런 게 없었던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현장이야 지시에 따를 수 밖에 없는데, 지휘부에서 사고 전 뿐만 아니라 사고 직후에도 별 관심을 안 가졌던 것 같아 보입니다.

    이번 사고에 대한 지휘부의 업무과실 여부를 떠나서 일반론적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에서 이런 사고가 한번도 발생 안했는데, 10시부터 술을 팔지 말라고 하면 사람들이 우리나라 경찰들이 열심히 일한다고 칭찬했을까요? 

    아마 정권이 바뀌니 군부독재 시절로 돌아갔다고 맹비난을 했겠죠. 인원을 통제하거나 일방통행을 실시했다면, 아마 인터넷 어딘가에서 부터 특정인이 언급되면서 그 사람이 왔다고 이 많은 사람을 못가게 했다는 식의 근거없는 루머가 퍼지고, 거기에 자신도 그 사람을 본 것 같다는 의견들이 보태졌을 겁니다.

    그렇다고 정권이 교체되지 않았다면 충분한 통제를 했을까요? 사실 인권과 자유는 정권의 정체성과 관련되기 때문에 진보 정권에서도 섣불리 통제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진보냐 보수냐를 떠나서 그동안 군중이 모였을 때를 보면, 정부에 반대하는 시위를 대통령 생활반경 근처에서 할 때를 제외하면 제대로 된 통제를 한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사고가 없었던 것은 사람들이 알아서 조심했기 때문이죠.

    물론 발생하지 않은 일에 대해 언급한 모든 것은 가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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