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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생각 그런거 없는데요
    손 가는 대로/그냥 2023. 1. 21. 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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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각 그런거 없는데요

    생각 그런거 없는데요(Think? What's That?, 2023). 제목을 제외하고는 어떤 영화인지 잘 모르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제목만으로 눈길을 끌기는 합니다.

    문득 오래 전 일이 생각나네요.

    당시 부서장 중에 사내 정치만 관심이 있던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은 모든 걸 정치적으로 해석하였죠.

    업무적으로 개선해야 할 일을 부서원이 건의하면 그 분은 담당 팀장이 누군지를 먼저 생각했습니다. 건의한 사람과 건의한 사람이 말한 업무에 관련된 팀장의 출신 학교, 출신 지역, 친인척 등을 먼저 파악했습니다.

    그 후 건의한 사람과 담당 팀장 간에 어떤 연결고리가 있으면, 건의한 사람이 담당 팀장 라인이어서 그 팀을 확대하도록 작업하는 거라고 단정지었죠. 반대로 둘이 서로 다른 라인에 있다고 여겨지면 담당 팀장을 좌천시키기 위해 작업하는 거라고 단정지었습니다. 고려하는 데에 업무는 전혀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면, 뉴스에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해킹 사건이 많다고 나오는 것을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저는 정보보안 쪽 업무를 맡고 있지는 않았고,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한 것도 아니고 식사 중 사석에서 요즘 해킹이 많다던데 우리 회사도 정보보안 담당부서를 강화해야 하는 거 아니냐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그러면, 그 부서장의 머릿 속에는 정보보안 담당부서 부서장과 팀장, 그리고 그 말을 꺼낸 저의 출신학교, 출신지역 등이 쫙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해킹이나 정보보안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고 대뜸 말했죠. 누구는 어느 학교 출신 아니야? 너는 어느 학교 나왔지? 언제나 그런 것들만 물어보았습니다.

    그러다가 초, 중, 고, 대 중 어느 하나라도 겹치면 바로 말을 했죠. 너 아무개 팀장과 같은 학교 나왔다고 그 팀장 밀어주려는 거 아니야? 정보보안이 필요하다고 분위기 조성해서 그 팀 사람 더 뽑고 팀을 더 크게 만들어 주려고.

    반대로 학연, 지연, 혈연 중 어느 하나도 안 겹치거나 소위 말하는 라인이 경쟁관계에 있는 팀장이라면 말했습니다. 너 다른 라인이라고 그 팀장 물러나게 하려고 문제있다고 말하는 거지? 그렇게 다른 사람 뒷이야기 하면 너한테도 좋을 거 없어. 조심해.

    그런데, 그냥 말하다 보면 학연, 지연, 혈연으로 묶을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경쟁관계에 있다고 보기 어려운 경우가 더 많았습니다. 

    그러면 본인 기준으로는 이해가 안 되다 보니 그 사람은 말했습니다. 너 무슨 생각으로 그런 말 하는 거야?

    한 두번이 아니라 매번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 사람의 머릿 속에는 업무는 없고 내부 정치만 있었으니까요. 그때마다 입 밖으로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떠올랐던 말이 바로 있었죠. 

    '생각 그런 거 없는 데요.'

    영화는 물론 전혀 다른 내용일 겁니다. 하지만, 제목만큼은 바로 그때 일을 떠올리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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