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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 가는 대로/그냥 2023. 1. 19. 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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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믿음

    어렸을 적 일입니다. 다른 친구들이 자동차에 대해 많이 아는 A라는 친구에 대해 이야기를 했습니다. A는 소리만 듣고도 어느 차인지 자동차 이름을 알아 맞춘다는 것이었죠. 특히 보기 힘든 자동차들은 더 잘 맞춘다고 하더군요.

    그게 가능하냐고 묻자 그 친구는 자신이 직접 보았다는 겁니다.

    얼마 지나서 우연히 A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A를 보자 문득 예전에 친구들이 했던 말이 생각나서 물었죠. 어떻게 그렇게 소리만 듣고 차종까지 아느냐고.

    그러자 A는 웃었습니다. 어떻게 그러겠냐고. A의 설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트럭이나 버스와 국산 승용차, 외제 자동차는 100% 정확하지는 않지만 구분이 된다고 합니다.

    당시는 국산차든, 외제차이든 국내에 돌아다니는 차종이 그렇게 많지 않았고, 그 나이 또래 중에는 외제차에 대해 잘 아는 사람들도 거의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수입차의 종류도 많고, 나이와 상관없이 차에 대해 많이 아는 사람들이 많지만요.

    국산차는 인기 차종 몇개 중에 찍은 거라고 하더군요. 하지만, 더 궁금했던 건 어떻게 외제차를 그렇게 다 맞췄냐는 거였죠.

    그 말에 A는 사실 장난친 건데 아이들이 믿을 줄 몰랐다면서 말했습니다.

    자신이 잘 아는게 아니라 남들이 몰랐던 거라고. 외제차라고 생각되면 자신은 자신있게 말했지만, 심지어 차이름이 아닌 것도 있었다고 하더군요. A가 차를 보지도 않고 이름을 맞춘게 아니라 사실은 차를 보고 있던 아이들이 자신들이 보고 있는 차의 이름을 몰랐던 것이죠.

    A의 말을 정확히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예를 들면 대략 다음과 같습니다.

    소리를 듣고 승용차 치고도 조용한 것 같아서 외제차라고 짐작하고, 비르뜨 같이 아무 발음이나 합니다. 정말 외제차이면 아이들은 맞췄다고 놀라죠. 비르뜨라는 차는 없으니 당연히 틀린 거지만, 아이들이 그 차 이름을 모르니 속아 넘어갑니다.

    그런데, 만약 현대 프레스토였다면, 아이들은 틀렸다고 말할 겁니다. 그러면, 이번에는 현대 프레스토가 비르뜨를 베낀 거라고 우깁니다. 눈으로는 구분이 안되지만, 엔진은 흉내낼 수 없어서 소리는 다르다고. 그러면 이번에도 아이들은 감탄을 합니다.

    두 차를 다 비르뜨라고 했는데, 두 차 모두 외제차이기는 한데 다른 모델이었다면, 아이들은 두 번째로 비르뜨라고 했을때 틀렸다고 말을 할 겁니다. 그러면 A는 말하죠. 같은 모델인데 연식이 달라서 겉모습이 다른 거라고. 겉모습은 많이 달라졌지만 엔진은 크게 변하지 않아서 소리는 비슷하다고.

    A의 비법 아닌 비법은 상대방에게 '네가 몰라서 그런데...'라고 하면서 우기는 거였죠.

    사실 위와 같은 일은 지금도 어디에선가 일어나고 있습니다. 소리만 듣고 자동차 이름 맞추는 일은 아니지만, 정치판을 포함하여 여러 곳에서 발생하는 수많은 선동들이 그렇죠.

    선동하는 사람들은 틀리거나 말도 안되는 이야기도 당당하게 큰 소리칩니다. 그러면 선동당하는 사람들은 그 말이 맞다고 생각하죠. 그들 스스로가 모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제대로 알지 못하는 순간 믿음은 누군가에 의해 조작되는 것이죠.

    당당하게 말한다고, 큰 소리를 친다고 그 사람의 말이 맞는 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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