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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화녹음 금지법
    손 가는 대로/그냥 2022. 9. 30. 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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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통화녹음 금지법

    통화 내용의 녹음은 성범죄나 뇌물, 권력형 범죄 등을 밝히는데 결정적인 증거가 됩니다. 최근 몇년 사이 급증한 마약 범죄도 마찬가지고요. 비밀스럽게 진행되는 범죄는 객관적이고 투명한 절차만으로는 증거를 찾아낼 수 없습니다.

    뿐만 아니라 전통적인 범죄에 더해 최근 들어나는 온라인 상의 디지털 범죄는 죄질이 나쁘면서 광범위해진 반면, 증거인멸은 더욱 용이해졌습니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 중 하나인 자유는 점점 범죄자들이나 강자의 편에 서고, 피해자와 약자는 보호받지 못합니다. 많은 나라들이 민주주의를 내세우면서도 어느 정도는 국가가 개입할 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죠.

    혹자는 미국의 예를 들며 미국처럼 당사자의 동의없는 녹음을 법으로 금지해야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미국은 어느 면에서 보면 과잉 자유주의국가입니다. 주마다 다르기는 한데 오락용 대마초를 합법화하고, 무엇보다 끊임없는 총기사고에도 총기 소지가 자유롭기도 하죠. 당사자의 동의없는 녹음이 그런 급이란 건 아닙니다.

    다만, 미국의 자유는 정치인들의 권익보호와 로비스트들의 활동이 활발한 분야, 이익단체의 목소리가 강한 분야 위주에서 더 과잉된 모습을 보입니다.

    미국이 민주주의에서 앞서는 나라임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그렇다고 모든 분야에서 미국이 정답은 아니라는 것을 말하려는 겁니다.

    또한, 미국이 모범적이라고 양보를 하더라도 미국의 자유 뒤에는 강력한 공권력과 엄한 처벌이 있습니다.

    대마초에 관대한 대신 마약사범에 대한 처벌은 강력합니다. 총기소지가 자유로운 대신 공권력이 강하고 공권력에 대한 도전에는 가차없죠. 당사자의 동의없는 녹음을 불법으로 하는 대신 뇌물, 성범죄, 권력형 범죄 등에 대한 형량은 매우 무겁습니다.

    자유가 커지면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커져야 하는게 민주주의입니다.

    범죄에 대한 처벌도 약한 수준인데 국회의원들이나 정치인들 등의 권력형 범죄에 위협이 된다고 강력한 통화녹음 금지법을 발의하려는 발상은 국민보다 자신들이 중요하다는 생각,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닙니다.

    오히려 동의없는 당사자 녹음뿐만 아니라 제3자 녹음도 범죄소명 등 공익적 목적에서 제한적으로 합법화하고 증거력을 인정해야 합니다.

    지금 하는 말 녹음해도 되냐고 물으면 그 어떤 범죄자가 '그래 증거가 필요할테니 녹음해도 돼'라고 허락해주겠습니까.

    다만, 그 녹취자료가 사익을 위해 사용되거나, 특정인을 비난, 비방하기 위한 용도로 사용되거나, 범죄목적으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강력한 처벌을 하는 등 이용 목적에 따라서 적절한 처벌 등 대응을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성폭행도 (정작 가해자는 용서도 못하고 상처를 잊지도 못하는데) 피해자가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거나 주취상태였다는 이유로 징역 2년에 집행유예를 선고하고, 뇌물 등의 범죄는 뇌물에 비해 크지 않은 벌금형을 내리고, 마약범죄는 반성하거나 초범이라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주는 게 현실입니다.

    그런데, 윤상현 의원의 최초 발의했던 '통신비밀보호법 일부 개정안'에는 동의없는 통화내용 녹음 시 벌금형 없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형만 가능하게 했습니다. 은밀한 범죄에 대해 증거수집을 하면 증거로 인정되지 못해서 범죄자는 처벌받지 않고, 다른 증거로 처벌을 받더라도 오히려 범행 피해자가 범죄자 보다 더 중형을 선고받을 위험도 있었습니다.

    하도 여론의 반대가 심하니 윤상현 의원은 최근 법안을 수정해서 발의했습니다. 그래도 여전히, 논란은 있죠.

    수정안에서 녹음 행위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는 처벌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추가되고,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으로 처벌수위를 낮췄다고 합니다.

    그런데, 법이 시행되면 공공의 이익이냐 아니냐에 대해 다툼이 일 수 밖에 없습니다. 공개한 쪽은 공공의 이익이라고 하겠지만, 범죄자들은 공공의 이익과 관련이 없다고 할 겁니다. 모든 법정 다툼은 시간과 돈이 많고 유능한 변호사를 선임할 수 있는 사람에게 유리합니다. 그렇기에 뻔히 다툼의 여지가 있는 법은 좋지 않습니다.

    또한, 법안의 전문을 본 건 아니어서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언론을 보면 금지가 원칙이고,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경우 합법이 아닌 녹음한 사람을 처벌만 하지 않는 겁니다. 이 말만 보면 처벌은 안 하지만 불법인 것처럼 보입니다. 결국 처벌은 안 해도 피해자나 공익제보자의 녹취화일이 법정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는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론을 반영한 듯 하면서 반대의 핵심은 비켜가려는게 아닐까 싶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제가 법안 전문을 본 건 아니어서 제 생각이 완전 틀렸을 수도 있습니다.)

    솔직히 무엇보다 경제는 어렵고 서민을 위한 민생관련 법안을 제대로 통과 못시키는 일이 허다한 이 시점에 녹음금지법이 급한 사람들은 정치인과 범죄자 빼고 있을까 싶네요.

    녹음방지법이 김건희 방탄법 아니냐는 사람들의 비아냥은 그 사람들이 꼭 정치적으로 국민의힘 반대세력이어서 그런 것만은 아닙니다. 시기적으로 서두르는게 이해가 안 가는거죠.

    녹음화일이 범죄자를 밝히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하거나 반대로 억울하게 범죄자로 몰릴 뻔한 사람의 결백을 밝히는데 결정적으로 작용한 사건들도 많은데 굳이 지금 서두르는 것 자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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